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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초대展 Kim, Mi Ran

  • 내용
    김미란의 카이로스 여행기

    하이데거는 시간이라는 도도한 흐름 속에 몸을 맡기고 있는 현존
    재로서의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을 실존(實存)이라 불렀다. 영
    원불멸의 본질에 앞선다는 ‘지금의 존재’인 실존으로서의 인간
    은 시간에 맡겨진 유한적 존재자이다. 우리의 존재양식 자체가 세
    계 내 다른 존재자들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나감으로써 가능하
    다고 기술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시간 역시 관계항
    속의 상수로서 존재의 시효를 결정해 나가는 것이다. 결국 현존재
    (우리)는 시간에 대한 무의식적 불안감을 갖기 마련이며, 죽음 혹
    은 엔트로피라는 것도 그 시간에 대한 불안감의 피할 수 없는 숙명
    적 결말이라는 것이다.

    시간이라는 것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일상 속에서 의식될 때
    에 한해서 단순한 개념의 차원에 머무르곤 한다. 존재의 필연적 한
    계로서의 시간에 대한 성찰이 사유로 진입해 들어가면 그것은 필연
    적으로 불안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
    에 대한 성찰이 실존주의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낚시하는 강태
    공도, 혹은 군 제대를 기다리는 말년 병장도 시간에 대한 진지한
    체험을 하는 것이며, 예술가 또한 예술가대로의 시간에 대한 사유
    를 한다. 감성적 사유를 중시하는 예술가 입장에서는 카이로스
    (kairos)의 시간(기계적인 단위적 시간과는 다른)으로서, 의지와
    의식 속에서 신축적이고 초월적인 또 하나의 신비로운 세계인 것이
    다.

    작가 김미란의 시간관도 시간을 존재의 불가항력적 조건으로 보
    기보다는 내면의 새로운 열림 혹은 깨달음과 관계되는 심미적인 것
    으로 바라보고 있다. 프로이트가 예술 자체를 욕구불만의 승화 혹
    은 고양으로 본 것처럼, 작가 김미란은 자신의 작업이야말로 실존
    적 불안을 하나의 유희 혹은 여행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인
    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가의 자유로운 의식 때문이기도 하겠지
    만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작가의 입장에서 더더욱 그렇다. 시간
    에는 '처음'과 '끝'이 있으며, 그것은 초월자의 통제 가능한 예정
    적 차원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존적 불안이 스며들 여지
    가 없어 보이는 것이다. 초월자의 절대적인 시간의 그물 속에서 피
    조물로서의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사유의 궁극은 낙관주의이다. 김
    미란의 <시간여행> 연작은 이러한 시간관의 토대 위에서 일구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김미란의 <시간여행>은 두 가지 양식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하
    나는 텍스츄어가 거친 거대한 마대캔버스 위에 사각형의 모듈들이
    규칙과 불규칙을 넘나드는 배열을 보이는 비구상 작업이며, 또 다
    른 하나는 낡은 폐선을 그린 일러스트레이션과도 같은 수채화 작업
    이다. 일견 재료와 모티브 등의 모든 것이 달라 보여 동일인의 작
    업이라 믿어지지 않는 이원화된 작업이 특이하다. 이렇듯 상이한
    양식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작가의 표현역량과 미적 경험의 폭
    이 넓은 것으로 볼 수도 있으며, 또한 보다 유연하고 신축적인 시
    간의 의식 그 자체에 대한 반영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표현적인
    측면에서 다른 모티브와의 접목과 융합 등이 내면적으로 요구되고
    있음도 읽혀지고 있다.

    역시 작가에게 기념비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전자의 경
    우로서, 작가는 두터운 마대 캔버스에 핸디코트와 모델링 페이스
    트 등의 다양한 미디움을 두텁게 구축해나가는 물성적 화면을 즐
    겨 구사한다. 그러한 질료들로 구축된 유현한 화면에서는 태고로부
    터의 유구한 영겁(永劫)의 시간적 단층을 체험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 하면, 일필휘지의 필적에서는 찰나(刹那)의 돈오적 각성이나 오
    묘한 환영 같은 것을 체험하게 한다. 이 화면에서 주목되는 것은
    주된 구성적 모듈이 바로 은박지들의 콜라지라는 점이다. 이는 마
    치 카오스적 흑암으로부터 창조적으로 부상되어 발광되는 빛으로
    서, 로고스 혹은 생명의 상징으로 읽혀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작
    가는 이 양식의 연작들에서 영겁에서 찰나까지, 그리고 카오스에
    서 로고스로 이어지는 사유의 여행을 했던 것이며, 지금도 여행 중
    인 것이다.

    이렇듯 스케일 있는 작업과는 달리 한결 산뜻하면서도 고즈넉한
    모티브의 수채화가 대비적으로, 그러면서도 마치 부록처럼 동반되
    고 있는 점 또한 이채롭다. 다소 개념적이고 서사적인 여행기로부
    터 벗어나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여행기를 열어 보이는 것이다. 화
    려했던 항해의 시간을 뒤로 하고 뭍으로 인양되어 안식을 취하고
    있는 폐선 이미지에 시계의 다이얼이 오버랩되고 있는 화면들이
    다. 그 폐선의 이미지에서 대상이 겪어 온 풍상의 세월을 상상하기
    에 부족함이 없다. 허공에 침윤된 새털구름의 촉촉함이 눈부신 햇
    살을 가려주고 있어 더없이 포근하다. 덧없는 세월의 야속함을 노
    래한 유행가 가락이라도 흘러야 제 맛일 것 같은 분위기에서 목격
    되는 시계 다이얼은 생경하지만, 역설적으로 또 다른 출발을 암시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회상의 단편 너머 새로운 의지의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것이 필자만의 예민함에 기인하는 것일까. 일상의 반
    복을 믿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을 믿기 때문이다.

    평 론 가 : 이 재 언
  • 기간
    2014. 1. 7 (Tue)~1. 19 (Sun)
  • 시간
    11:00 ~ 20:00
  • 문의
    02)3705-9021
  • 학력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수채화협회, 현대미술작가회, KAMA회원, 경기기북부작가회 회원
  • 약력
    개인전 13회
    -2013년: AKA 스페이스 갤러리 초대전/ 인사아트센터/ 알파갤러리 초대전
    -2011년: 청하 갤러리 초대전, 시간여행 100호전(아람누리 누리 갤러리)/ 북경 He Gallery 초
    대전/ Gallery H 신년 초대전
    -2010년: 유나이티드 갤러리 초대전
    -2009년: 북경 798 예술구 9 ART SPACE/텐진 재경대학 초대전
    -2008년: 북경 SURAN화랑 초대전
    -2007년: 이형아트센터

    아트페어
    -2013년: KIAF(코엑스)/ Affordable Art Fair New York/ K-Art 프로젝트 초대전(예술의전
    당)/The 16th Beijing Art Exposition(북경)/Bank Art Fair 2013 Hong Kong
    -2012년: 상하이 Art Fair
    -2009년: AATS 2009 Asian Art Top Show 초대전(북경)
    -2007년: BELGIUM LINE ART FAIR(BELGIUM)/ 남송 국제 Art Fair 초대전(성남아트센터)/ 산
    동성 라이우 미술관 초대전(중국 산동성)
    -2006년: 국제 아시아 안산 Art Fair(안산단원미술관)
    -2004년: 고양 현대미술 Art Fair(고양 꽃 박람회)
    -2003년 MY Art Fair(세종문화회관)

    작품소장
    북경 DESHAN ART SPACE 9점 소장